인터뷰_미야자키 하야오

2003.02.20 05:25

Ilyo Um 조회 수:2654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누구나 동경할 만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미야자키 감독은 올 여름 일본에서 개봉한 지브리의 신작<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제작에 많은 도움을 준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DR무비'에 감사 인사도 할 겸, 지난 7월 27일 한국에서 개봉한 그의 13년 전 작품 <이웃집 토토로> 홍보도 할 겸 한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 방한 이유 및 첫 인사
  지금 일본에서 개봉 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처음으로 한국의 DR무비에 작업을 의뢰하여 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 아직 한국에 가본 적도 없고 해서, DR무비에 감사 인사차 한국에 들렀다. DR무비에 제작을 의뢰하면서 일본 지브리에서 4명 정도 젊은 스탭을 파견했는데, 그들이 모두 건강하게 돌아와 한국에서의 생활이 무척 재미있었고 음식도 맛있다고 해서 안심하고 왔다.

- DR무비에 외주를 맡기게 된 경위는?
  DR무비는 오래 전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서 그 명성을 익히 들어왔다. 그쪽 루트를 본인도 미리 알고 있어서 부탁을 드렸다. (추측하건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작업이 매우 늦어져 도저히 영화 개봉일을 맞출 수 없게 되자 지브리에서 급히 DR무비에 외주를 맡긴 것 같다. 인터뷰 느낌으로는, 미야자키 감독은 외주 결과에 매우 만족하며 DR무비에 상당한 호감을 갖게 된 듯 했다.)

-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어떤가.
  이렇게 (일본과) 똑같은 나라가 있구나 했다. 그리고 거리에 버스가 참 많다.

- 13년 만의 개봉인데, 감독으로서의 소감과 영화를 통해서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웃집 토토로>는 어릴 적 일본이 매우 싫었던 내 자신에게 어른이 된 지금 보내는 편지 같은 것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런 것에 상관없이 그냥 즐겁게 봐주셨으면 한다. 토토로와 더불어 일본에서는 숲의 보존 운동 등이 활발히 시작됐으므로 그런 것도 염두에 두고 같이 봐줬으면 좋겠다. (어째서 일본을 싫어하냐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그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으로 뜸을 들이고선 이렇게 말했다. "간단히 말하기는 어려운데… 음… 나의 일족이 전쟁으로 돈을 벌었고, 전쟁 때문에 일본이 지금과 같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그는 청년 시절 열렬한 공산주의자였으며-지금도 좌파적 신념은 여전한 것 같다-, 현재 한일간 최대 이슈인 역사 교과서 문제에 관해서도 민족의 자긍심은 역사를 왜곡시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해온 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나 느낌을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는 영화를 보는 사람의 것이다, 그 사람에게 어떻게 읽혀야 한다 혹은 읽히길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라고.)

-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 계기는?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인간의 세계만으로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30세 때쯤 깊이 깨달았다. 인간이 살고 있는 집, 숲, 강 등 자연과 인간은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간다는 것을 크게 깨우쳤다.

-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은 <붉은 돼지> 이후로 일본 전통 문화의 색이 강한데 특별히 이유가 있는지. 그리고 다음 작품도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지.
  일본 역사를 보는 관점이 나름대로 확립이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작품 가운데에도 일본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있다. 그런데 일본 전통이라기보다… 일본이 존재하기 전의 시절을 그리고 있다.

- <모노노케 히메> 등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일본 민담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지. 일본 민담이나 설화에서 소재를 찾는지.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에 우연히 그런 소재들이 들어간 것뿐이다. 일본 민담이나 전설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의도적으로 차용한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라온 민담이나 옛날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내 작품에 묻어나온 것뿐이다.

- 당신의 작품에서는 동물이 동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본에서 커온 나의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에는 토속신앙 같은 애니미즘이 깊게 자리한다. 동물뿐만 아니라 큰 바위나 산, 강, 나무에서도 뭔가 느낄 수 있다. 그들 모두에 혼(神)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 영화 작품이 TV 작품보다 훨씬 많은데. 극장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TV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정말 힘들다. 나도 젊었을 때 해봤지만, 침낭을 작업대 밑에 갖다 놓고 일했다. 젊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일주일은 7일밖에 없는데, 아무리 일을 해도 일의 분량이 줄지를 않는 것이다. 적당히 분업하면 되지 않느냐는 소리를 하던데, 자기 자신과 똑같은 사람은 없으니까 분업은 불가능하다. 여럿이 일을 할 수 없는 부분에선 어쩔 수 없다. (미야자키 감독은 일에 관한 한 완벽주의자이다. 그가 굉장히 까탈스럽고 일에 대해서는 가차없다는 것은, 지브리의 색채설계담당자 야스다 미치요 씨가 증언했다. "미야자키 감독과 일하는 건 정말 힘들다구요….")
  방송분을 미리 만들어도 되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방송이 시작하지 않으면 일을 안 하니까 소용없다. 극장판 쪽이 시간과 노력을 더 충분히 들여 만들기 때문에 선호한다. 극장판은 투입된 예산을 수익으로 돌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지브리는 든든한 후원자-도쿠마서점-이 있어 다행이다. 그래도 '이번에 망하면 끝이다'라는 기분으로 매번 일한다. (여기서 지브리의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 씨의 한 마디. "지브리가 TV 애니메이션을 안 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금방 펑크를 낼 게 뻔하니까요.")

- 체력 저하 등을 이유로 은퇴설이 있는데.
  공식적으로 은퇴할 생각은 없지만, 다만 이런 식으로 힘들게 장편 영화를 계속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건립 중인 지브리 미술관에 들어가는 작업이나, 단편 작업은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단편은 3편 정도 기획하고 있으며, 하나는 완성했고 하나는 제작 중이다. 나머지 하나는 제작이 중단됐는데, 돈이 없어서이다. 작품들은 미술관 안에서만 상영될 예정이다.

- 작품의 주인공이 주로 여자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남자를 그리는 것보다 여자를 그리는 게 더 좋아서이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자기도 쑥스러웠는지 "그래도 소년과 남자가 주인공인 작품도 몇 개 있다"며 얼버무렸다.)

  미야자키 하야오. 그는 자신의 작품과 똑같은 느낌의 사람이었다. 일에서나 인격적으로나 어느 경지를 넘어서 날선 지성과 온후한 여유를 겸비한 대가.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01_07_25)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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