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망가 대왕 - 치요 수난시대

2003.03.13 05:36

Ilyo Um 조회 수:2661





여고생, 그들만의 일상
  
  일단 장르는 학원물이다. 그런데 남자가 없다. 연애도 없다. 학원물에 으레 등장하는 대결, 우정, 노력, 용기도 주 관심사가 아니다. <아즈망가 대왕>은, 너무나 소소하고 개인적이어서 굳이 언급되지 않는 여고생들의 일상사에 돋보기를 갖다 댄다. 오사카의 터무니없는 상상(우리는 자주 터무니없는 상상을 한다), 토모의 오버액션(우리는 자주 오버액션을 한다), 사카기의 숨기고 싶은 고양이를 향한 애정(우리는 자주 우리의 취미나 애정을 쑥스럽게 여긴다) 등등 그게 과연 만화 소재가 될까 싶은 가소로운 사건들을 고난도 개그 코드로 엮어낸다. 때문에 '마니아 테스트용 지침서'로 일컬어지는 <아즈망가 대왕>은, 산전수전 다 겪고, 패러디의 깊은 맛과 향을 느긋이 즐길 줄 아는 중급 이상의 독자들을 위한 만화다.


너무 완벽하면 살해당할지도 몰라
  
  아즈망가는 전형성의 기막힌 변주로도 유명하다. 연애 시뮬 한번만 돌려보면 대충 파악되는 여자애들의 전형. 공주님, 톰보이, 로리, 섹시 글래머, 모범생. 아즈망가는 이것을 다 채용하면서도 교묘하게 파괴한다. 치요가 로리? 토모가 톰보이? 요미가 모범생? 뭣보다 유카리 선생은 어떻고?
  또한, '완벽함'을 다루는 데도 용의주도하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나일 살인사건>에서, 재산, 두뇌, 미모,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여자가 행복하게 잘 사는 건 불공평하다는 듯 등장하자마자 살해당하는 역으로 배정한다. 아즈망가에서 가장 완벽한 캐릭터는? 부자이고 똑똑하고 예쁜 데다가 착하기까지 한 여고생은? 바로 반장 치요다. 남들 초등학교 다닐 나이에 월반을 거듭하여 고등학생이 됐고 졸업 후 미국 유학이 결정되어 있으며 집도 부자고 귀여운 얼굴에 성격까지 좋다. 때문에 치요가 수난을 겪지 않으면 세상은 불공평해지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