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기본 공식을 낱낱이 해부한다!! [3]

2003.04.10 10:46

Ilyo Um 조회 수:2278




이번에는 알면서도 속아주는, 수없이 써먹는 패턴임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재미있는 소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Trick 7
안경을 벗어봐!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게임에서도, 하여간 비주얼한 모든 매체에서 흔히 쓰이는 수법이다.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남자 혹은 여자가 안경만 벗었을 뿐인데 수퍼맨 혹은 절세미인으로 탈바꿈한다. 이처럼 적나라한 대리만족이 또 있으랴. 실제로 우리가 얼굴 좀 반반하게 만들려면 수백만 원 들여 성형수술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거기다 온갖 격투에 능한 단단한 근육을 만들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헬스클럽이나 도장에서 굴러야 한다. 여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본판불변의 법칙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어째 안경만 벗었다 하면 쌍꺼풀부터 몸매 윤곽까지 쫘악 개조된다.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지, 일단은 눈이 즐거워야 읽을 맛이 나지 않겠나.  
맹점 : 그러니까 만화라는 소릴 듣는다. -_-;


Trick 8
생애 최초의 우상이자 라이벌― 아버지

남자아이들에게 아버지란 생애 최초로 맞닥뜨리는 벽이요, 극복해야만 하는 시련이다. 굳이 유식한 척하자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주인공의 삶에 적당한 굴곡을 줄 소재로 유용하다는 말 되겠다. 가족이라는 심리적 울타리에서 아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미묘하다. 내 아버지는 너무 잘나도 괴롭고(비교당하니까) 너무 못나도 힘들다(의지가 안 되니까). 나 자신의 미래상을 세우는 데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아버지같이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미래의 나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 혹은 반발로 이어지기도 한다("난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 정서적으로 강한 쇼크를 주는 이 아버지라는 소재는 그래서 양날의 칼과 같다.
맹점 : 깊이 파고들면 이야기가 침울해진다.


Trick 9
생긴 건 꼭 애완동물 같은데…  

<세일러문> <카드캡터 사쿠라> <레이어스> 등등 시대를 풍미한 변신 소녀물의 주인공들은 항상 달고 다닌다. 생긴 건 꼭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귀엽고 앙증맞지만, 사실은 지구를 때려부술 수도 있는 수퍼 울트라급 몬스터를 말이다. 그것들은 주인공 소녀에게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고, 미지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위급할 때 도움을 주며, 베개나 애완동물로도 쓰인다. 하지만 그것들의 진짜 존재 이유는 바로 '캐릭터 상품화'!! 아무리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캐릭터라도 생긴 게 그로테스크하면 옷이나 가방에 붙여 팔아먹기 곤란하지 않은가.
맹점 : <포켓몬> <디지몬>에서 귀여운 디자인은 이미 다 써먹었다.  


코믹챔프 2003년 5/6호 수록.
기본 아이디어는 승기연 씨(팡팡의 꼬마), 그림은 역시 이선혜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