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 하나의 완결된 세계

2003.04.13 18:10

Ilyo Um 조회 수:2331

환타지가 뭘까?
기사가 있고 마법사가 있고 그들이 검과 마법으로 사악한 몬스터를 물리치는 이야기? 드래곤이 나오고 엘프와 난장이와 트롤이 나오고 이들이 인간과 공존하는 세계? 베오울프, 니벨룽겐의 노래 같은 고대 서사시나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영웅들의 일화?
혹자는 환타지를 '있을 법하진 않지만 그럴 듯한 이야기'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고대 신화와 전설을 토대로 엮어 낸 이야기'라고 하기도 하고, 아예 '상상으로 꾸며낸 모든 이야기'가 환타지라고 하는 자도 있다.
에휴.. 문학에 대한 정의만도 백 가지는 넘을 텐데 낸들 무슨 재주로 환타지를 정의하겠나.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시구르드 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왔든 켈트 민담을 차용했든 자기 맘대로 세계를 하나 만들었든 그건 알 바 아니다. 중요한 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환타지적 설정에 녹아 들어가 그 세계의 언어로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새로이 창조된 세계 내부에 그만의 역사와 질서와 규칙이 존재하며, 그 모든 것들이 나름대로 합리적(real)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환타지는 허구이면서도 가장 사실적인 장르이다.

완벽한 거짓말은 99%의 진실에 1%의 거짓을 섞는 것이다. 그래야 정말로 진짜 같다. 톨킨의 반지전쟁이 환타지의 원형으로 일컬어지는 것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문헌학자인 그가 고대 유럽 신화의 정확한 고증을 토대로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발굴'해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진실이 통용되지 않는 세상에서는 오히려 거짓으로서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공식발표보다 유언비어로 나도는 ‘설’들 쪽이 믿을 만하다. '완벽한 허구이기에 더욱 강한 존재감을 갖는' 환타지의 의의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톨킨이 말했듯 '현실의 전복'으로서.



1999년 3월, 대원의 게임잡지 V챔프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때 작성하여 제출한 숙제. 아마 환타지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글을 쓰려고 한 듯. 그때 한창 환타지붐이 일었을 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