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설전

2004.08.14 21:01

arale 조회 수:2286

한의학은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입증되지 못한 '사기'에 불과하나.

먼저, '과학'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문제.
과학을 너무 좁게 정의한다. '~법칙' 같이 근대 이후 서구에서 발전된 결과물만을 과학이라 칭하는 것은 곤란. 오히려 과학은 문제에 접근하여 그것을 풀고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한 '과정'을 일러야 한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결과를 내고 다시 피드백하고, 즉 똑같은 방법을 행했을 때 똑같은 재현이 가능한 과정들을 과학이라 이른다.

따라서,
한의학이 과학적인가 아닌가는, 한의학 내 이론체계에 모순이 있나 없나, 체계 내 재현이 가능한가, 한의학적 방법이 결과가 목적에 부합하게 구성되는가, 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 수치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 가 아니라.

양의와 한의의 차이는,
양식과 한식의 차이와 비슷하다.
요는, 언어(즉 툴)의 문제이다.
소금 2g, 물 50g을 넣어 요리한다고 말하는 게 양의라면,
소금 살살 뿌리고 물 자작하게 붓는 게 한의다.
한국문학을 완벽히 영어로 번역할 수 없듯,
한의학적 방법론을 수치로 계량화하여 서구 과학이라는 틀에 끼워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대 이후 동양 전통의 것은 거의 완전히 절멸했다.
현실적으로 효용성이 낮았기 때문.
일용할 학문이 되지 못한 인문학은 쇠퇴 일로에 들어섰고,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서 살아남은 동양학은 없다.
서구 과학이라는 이름의 괴물은 압도적인 권력으로 한학을 집어삼키고 대를 끊었다.
하지만, 그런 가공할 위력의 해일 속에서도,
한의학은 실질적으로 살아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고유 이론체계를 유지하면서 현실적으로 살아남았다.
의료 중 일정 영역을 분명 담당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도출해 보자.

물론, 한의학이 부족한 의학 분야도 있다.
뼈 뿌러진 거, 장에 구멍난 거, 이런 건 병원 가는 게 훨 나을지도 모른다.  
한의학은 주로 내과, 부인과, 노인과, 소아과 등
복잡하면서 애매한 분야에 더 효과적이다.
양의는 인간의 모든 구조를 하나 하나 잘라서 완벽히 통제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의는 인간을 소우주로 보고, 전체적으로 생각한다.
인간을 완전히 분석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며,
다만 자연의 이치대로 흘러가는 것을 도울 뿐이다.
막힌 데를 뚫고 장을 보하고 기능을 받쳐주는 식으로 약을 쓴다.
본래 가진 것이 제대로 힘을 내게끔.

양학에 명의는 없다.
역사 속 명의라니, 허 참.
200년 전 양의는 지금 동네 시골의사보다 못하다.
그네들은 요 200년 동안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한학은 천 년 전 요법을 그대로 쓰고 효과를 본다.
한학에서 역사 속 명의는 현재 한의사들과 겨룰 수 있을지도.

그러므로 역사 속 세계 명의들을 데려와 자웅을 겨루게 하려는 나의 기획은,
한계에 부딪혔다.
이게 뭐야!!!


- 천문학과를 나와 한의원을 개업한 김 근 선배와 통화 후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