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ossible by Tom Kelly - 옮긴이의 말

2017.02.15 21:52

arale 조회 수:56


제아무리 유사이래 전무후무 지구최강 미녀라도 수영복에 왕관 쓰고 어깨띠만 두른다고 세계평화가 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목표가 있으면 전략을 세우고 인맥을 동원하고 마법을 활용해야 한다. 얼떨결에 초절정미녀 리베카로 거듭난 베키는 셀렙으로서 전 인류의 복지증진에 기여하고자 왕자와 결혼하여 여왕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자존감과 배짱이다. 

그 미모가 원래 내 것이어도 자기 확신을 가지기 힘든 판에 베키는 마법으로 변신한 케이스다. 미 중서부 깡촌 출신의 평범한 여자애가 세계 최고의 미인이 되고, 미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특권과 기회를 이용하여 톱스타가 되어 왕자와 결혼까지 이르지만, 베키는 과연 내가 이 삶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고민한다.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존재감 없이 살던 시골뜨기 베키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미녀 리베카 사이의 괴리감, 혼자 있을 때는 여전히 베키지만 남들과 있을 때만 리베카가 되는 변신의 법칙, 사람들이 숭배하는 것은 레베카인가 베키인가, 이 남자가 사랑하는 것은 내 외모인가 나라는 인격인가. 

베키보다 먼저 이 질문에 실존적으로 부딪힌 사람은 그녀의 어머니 로버타다. 로버타는 실제 본판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지만, 그 모든 성공이 자신의 힘으로 쟁취한 게 아니라 과분하게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럴 능력도 자격도 안 되는데 다른 사람들을 속여 이 자리에 온 거라는 불안감에 떨었다. 베키처럼 가면을 쓴 것도 아닌데 가면증후군에 시달린 것이다. 그래서 로버타는 톰에게 딸을 맡기며 두 가지를 주문한다. 아이가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과 용기를 갖고 당당히 세상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줄 것. 사실 전자는 후자를 전제해야만 가능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남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톰이 베키의 대답을 거짓이라고 판단한 근거이기도 하다).


과연 아름다움이 노력의 산물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또 할 말이 많다. 

그 어떤 법과 제도로도 해소하지 못할 차별, 더없이 불공평하고 불합리하고 부당하지만 절대 없어지지 않을 특권이 아름다움이다. 남녀불문하고 미남미녀에게 기우는 호감을 상식의 압력만으로 붙들기란 지난하다. 작가 폴 러드닉도 바로 그 점에 천착한다. 러드닉은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아담스 패밀리> 속편을 쓰고 <스텝포드 와이프> 각본을 쓰는 등 할리우드에서 잔뼈가 굵다. 그 동네 클리셰를 모조리 꿰고 자유자재로 비틀고 조롱하며 쉴 새 없이 독자를 굴리면서 사골이 백토 되도록 우려먹은 신데렐라 줄거리로도 전혀 다른 화두를 던진다. 만연체를 넘어 수다체로 미에 대한 강박, 대중의 심리, 패션계의 속성, 할리우드의 기만적 시스템, 스타의 허세와 인기관리 요령 등등을 쉼표 열두 개씩 찍어가며 스무 줄 넘게 한 문장으로 이어가는데 그게 또 단숨에 읽히니 희한하다. 

초반 이야기는 가벼운 칙릿과 팀 버튼식 판타지를 이종교배한 후 할리우드 스타일 농담으로 버무린 듯 현란하고 정신없지만, 이어지는 신랄한 질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고, 작가는 의외로 정색을 하고 이 난제에 집요하게 파고든다. 또한 기본 아이디어는 해괴해도 캐릭터와 서사는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있다. 황당함을 끝까지 밀어붙여 진지함을 성취했다고 할까. 그리고 건강한 욕구를 적나라하게 전시하며 뜻밖의 정공법으로 우직한 해법을 제시한다. 요컨대, 마법 드레스보다는 컴뱃 슈트가 낫다. (201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