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2016.01.08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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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1922~2010.1.27.jpg




요즘은 낮밤이 묘하게 바뀌었다.

여하튼 오후에 열심히 하루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두둥...!

강의평가 결과가 나왔다.


2015-2학기에는 커리큘럼을 새로 개발하고

학생들 호응도 좋아서 꽤 기대를 한 과목이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지금까지 받아본 점수 중 최악이었다.

1점 차이로 씨 플러스. 79점.

내눈을 의심했다.


헐... 시간강사 생명이 위태롭다. (80점이 데드라인)

(참고로 그 대학은 모든 강사와 교수 강의평가 공개. 어흑.)


난 좋은 강의를 했다고 자부하고, 최선을 다했다.

그간 경험이 무르익어서 이제 잘 되어간다고 생각도 했다.

학생들 점수도 아주 잘 주었다. 

상대평가 기준에 입각해서 나는 늘 학생들에게 풍성한 선물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번 학기 왜 그런 반응이 나왔을까? 


"젠장, 열심히 해도 소용없어.

수준높은 강의는 너희들에게 이제 안해. 나 열심히 안해"


막 혼자 황당해하고 허무해하다가

학생들 반응을 진지하게 수용했다.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이번 학기에는 중간기말 통합시험을 봤다.

내 점수도 낮았지만 학생들이 취득한 실제 점수도 역대로 가장 낮았다.

중간에서 망치면 기말 열심히 하는데

문제 스타일을 학생들이 알 수 없었고-나는 언급을 했다고는 하지만-

한번 망치면 끝장인 시스템인 거였다.


강의평가를 해야 자기 점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아마 성적 확인하면서 최악의 점수를 기대하고 그런 점수를 주었나 보다.

요컨대 자기가 열심히 한 것만큼 이 수업이 응답을 안 주었고

보람, 공부하는 맛을 안 준 것일 터이다.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왔는지들

성적 이의제기는 한 명도! 없었다.


너무 어렵다는 코멘트도 있었다.

만화 강의인데 만화에 전혀 흥미가 없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적었던 거다.


마지막으로 무조건 최저 점수 주는 원한 품는 학생 몇몇을 조심해야 한다.

고객을 대하는 마음으로 항상 친절하게... 쿨럭.

수업시간에 뒷자리에서 잠자는 학생들을 괜히 깨워서 원수로 만들거나

예민한 여학생들 비위를 건드리면 안 된다.


지난 학기 나는 서비스 정신이 결여되어 있었다.

어디 감히 스승인양...

어두운 면도 있고 밝은 면도 있지만 서비스 정신...

21세기에 기억해야 할 키워드이다. 쿨럭.


결론은 다음 학기는 중간, 기말 따로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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