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캐비닛

2007.05.15 10:28

arale 조회 수:1575



김언수,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문학동네, 2006. (내 건 2007년 2쇄판)


   나의 선생은 소설쟁이가 농부, 어부, 막노동꾼처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신성한 밥벌이를 하는 성실한 사람들에 비해 두 수쯤 아래에 있는 존재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선생이 틀렸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가장 근원적인 욕망은 허영이므로, 소설쟁이는 그들보다 최소한 세 수쯤은 아래에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독자들은 작가에게 관용이란 걸 베풀 필요가 없다.
   당신이 이 저열한 자본주의에서 땀과 굴욕을 지불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번 돈으로 한 권의책을 샀는데 그 책이 당신의 마음을 호빵 하나만큼도, 붕어빵 하나만큼도 풍요롭고 맛있게 해주지 못한다면, 작가의 귀싸대기를 걷어올려라. 그리고 멋지게 한마디 해주어라.
"이 자식아, 책 한 권 값이면 삼 인 가족이 맛있는 자장면으로, 게다가 서비스 군만두도 곁들여서, 즐겁게 저녁을 먹는다. 이 썩을 자식아!"



이것은 수상소감 중 일부.
음... 뭐... 귀싸대기 때릴 정도는 아니다.
이만하면, 삼 인 가족이 짜장면에 탕수육도 먹을 정도는 했네, 싶은 책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에피소드도 간혹 있지만,
문장은 솔깃하고 주제는 알 것 같다.

작가는, 김유정, 채만식에서 한승원, 황석영으로 이어지는 정통 한국문학을 읽다가
경마장 시리즈의 하일지를 읽고 나서 문장에 대한 벽을 확 깼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아, 소설을 이렇게도 쓰는구나, 싶게 참 재밌게 읽었다. 경마장 시리즈.
(그러고 보면 김유정이나 채만식이 문장이 재미없는 작가는 아닌데)

하여간,
끝에 붙은 심사평과 수상작가 인터뷰와 수상소감 덕분에 더욱 두툼하고 묵직해진 책.

그나저나...
만화책 한 권 값이면 한 명이 짜장면 한 그릇밖에 못 먹는다.
그렇다고 그만큼 덜 만족스러워도 되지 않느냐는 변명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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