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운이 모이면 이런 일도.

2017.01.03 02:18

arale 조회 수:66

http://v.media.daum.net/v/20161229105628360


프로필 사진을 보내달래서 줬더니, 가로 사진이 세로 사진이 되어 올라갔다. (즉 짜부됨) 

자료집은 단색이라 흑백 사진을 싣는데 이건 무사히 나오려나. 


DSC_2110.jpg

요건 부사수가 곽지 커리왈라에서 찍어준 거. 


엄일녀프로필01_단색.jpg

이건 m군이 사계리 단산에서 찍어준 거. 



이하 수상소감 전문. 


  2015년은 특별한 해였다. 동성혼이 합법화됐고(미국에서), 남녀동수 내각이 출범했고(캐나다에서), 메갈리아가 등장했다. 그리고 <리틀 스트레인저>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뒤이은 2016년은 더욱 특별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고구마를 캐다 무녕왕릉을 발견했고, 그 여파로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단 밀려나왔다. 문화계 전반에서 여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떠들고 설치기 시작했고, 페미니즘 도서가 서점 인문 차트를 휩쓸었다. 영화 <아가씨>가 개봉했고, 원작자 세라 워터스가 주목받았으며, 퀴어-레즈비언 영화와 문학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틀 스트레인저>가 제10회 유영번역상을 받는다. (올해 나는 이 길로 접어든 지 10년째이고, 지금까지 열 권의 역서가 나왔다.) 일련의 흐름을 주목해 봤을 때, 우주의 기운이 모여 오늘의 결과를 냈다고 생각지 아니할 수 없다.


  나는 언어나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미국과 영연방 땅은 밟아보지도 못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만화와 무협지, SF와 추리소설이었다. 보통 번역일을 한다고 하면 남들이 묻는다. 영어 잘하시겠네요. 나는 답한다. 아뇨, 우리말을 잘합니다. 어릴 때부터 굳건히 이 땅에 붙박고 두루 섭렵한 하위문화 덕분에 입말체에 능하고 언어감이 좋다. 또 온라인의 일상화로 저자와 소통이 쉬워져 현지 문화와 맥락에 관해 내가 모르는 것은 저자에게 확인한다. 인터넷과 이메일과 소셜미디어가 없었다면 나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래도 무엇보다 내가 버텨온 힘은,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훌륭한 상까지 받게 된 밑받침은, 나와 같이 작업한 편집자 여러분이다. 그들은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막판에 막판까지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다듬고 또 다듬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리틀 스트레인저>는 요렇게 꼭 알맞은 책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세라 워터스는 Q&A 이메일을 주고 받은 작가 중 가장 다정하고 세심하고 칼 같은 양반이었다. 그녀의 답변은 늘 정확히 오후 6시, 영국 시간으로 아침 9시 10분쯤 도착했다. 하루 일과를 이메일 체크로 시작하는 듯했다. 한 줄짜리 질문에 서너 줄의 보충 설명이 돌아왔고, 맨 끝에는 항상 주저 말고 언제든 물어봐요! 라는 격려 메시지가 따라붙었다. 그래서 나는 첫 탈고 후 역자교정 때까지 몇 년에 걸쳐 시시콜콜 물었다. 덕분에 상도 받았다. 고마워요, 세라!


  요컨대 나는 운이 좋았다. 서늘하게 잘 벼려진 원작, 적기에 조명을 받은 원작자, 장인 정신의 편집자, 시스템이 잘 갖춰진 출판사, 그리고 장수풍뎅이연구소 깃발이 광장을 호령하는 새로운 시대 흐름. 그게 2016년이었고, 역사에 기록될 한 해였다. (20161220)